꿈꾸는 자의 자유가 있다. 다시금 꿈꾸게 하는 삶의 숨결이 있다.
꼴라주로 뒤덮인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서면 바깥세계와 단절된 듯한 그곳만의 아우라가 훈김처럼 훅 끼쳐온다.
대학시절 그룹활동과 충무로 영화작업, 다큐촬영, 심포지움 개최 등의 다양한 이력을 지닌 신경소 사장 - 그가 대들보처럼 필을 받치고 있다면 그의 주변에는 음악이 좋아서 몇 년씩 연주와 아르바이트를 겸하는 젊은 피가 끊이질 않는다.
무대도 없고, 객석도 없이 자연스런 어울림이 있는 이곳에선 모두가 가수이고, 모두가 관객이다. 무대로 나오라는 강요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마이크를 쥐게 하는 필만의 분위기 -
화려한 쇼핑가를 뒤로 하고 외진 진고개 언덕에 21년째 머물면서도 끊임없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데 어울리면서 나이와 수준의 차이를 초월한 음악적 공감대를 이루어내고 또, 거기에 자연스레 흡수된 관객들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필만의 음악적 정서가 자라지 않았을까.
“예전에 ‘카페’라는 사람이 지친 사람들이 따뜻한 물 한잔을 나눠 마시며 편안한 얘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카페’의 어원을 찾을 수 있어요.
그 뜻 그대로 사람들에게 쉼을 주기 위해서는 도심과 어느 정도의 가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카페를 시작할 때 첫 번째 철칙이 외진 곳이었죠.
또한 음악 선곡은 미리 하지 않아요. 그날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관객과의 코드가 즉석에서 정해지죠. 오래 기억될 추억은 연주자만의 몫은 아니기 때문이죠.”
신경소 감독만의 카페 철학은 그렇게 진솔하다.
79년 대학로의 화실에서 출발한 필은 송승환 등과 영화동인를 만들면서 신촌에 새로운 카페문화의 전형을 형성했고, 그때 이상은, 강산에, 이은미 김현식등등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지금은 이곳 명동에서 필의 세번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곡을 멋들어지게 뽑은 보컬리스트는 드러머와 자리를 바꿔 앉은 채 또 다른 무대를 이어간다. 10년을 하루같이 함께 해왔다는 손님이 들국화의 노래를 부르고 첫 방문이라는 중년부인이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구성지게 부른다. 즉흥연주가 계속 이어질 때 중경삼림의 왕가위 감독이 앉았다는 나무 의자에 기대어 앉아보니 그의 빠른 속도감으로 전환되는 영화의 몽롱함이 전해진다.
처마 밑에서 쉬다가 너무 오래 쉬고 있다는 신경소.
그의 독백이 서린 필 - 그곳이 우리를 부른다. 깊어가는 가을밤은 어디나 아름답지만 4평 남짓한 좁은 공간을 허물고 포크음악의 낭만적인 세상으로 넘쳐 흐르는 이곳의 열정적인 밤은 남다르다.
건조한 삶을 촉촉하게 적셔줄 기분좋은 만남, 이제 당신이 마이크를 잡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