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4/2026
“예술은 했는데, 증명이 안 되는 사람들.”
예술인 활동증명 보완 요청을 또 받았다. 계약서, 크레딧, 공연확인서, 통장 입금내역 캡처까지 하나하나 모아 파일을 정리하고, 설명을 붙이고, 다시 제출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런데도 보완 요청이 다시 온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알게 됐다. ‘예술을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아 있느냐의 문제라는 걸.
당연히 국가 돈, 함부로 사용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는데.. …
현장의 예술 활동은 항상 계약서로 남지 않는다. 크레딧에 이름이 빠지기도 하고,
외주 구조 속에서 지급 주체도 계속 바뀐다.
분명히 존재했던 활동이 서류 위에서는 ‘불충분’이 된다.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 오래전에 예술활동 증명을 마친 나는, 후배들에게 “끝까지 해봐라”라고 말해왔다. 이후, 재요청하는 과정에서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알 것 같다.
신문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예술인 자격은 결과물 한 장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쌓아왔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은 과정보다 결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결과조차 ‘서류로 증명 가능한 것’만 인정한다.
예술을 한 사람보다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
이 기준 안에서 과연 몇 명의 예술인이 자신의 활동을 온전히 증명할 수 있을까.
개인발표회 정도 열었던 예술인이라면, 이런 서류들이 다 가능했을 텐데, 내가 직급이 더 높은 사람이라면 이런 서류가 다 가능할텐데..
그리고 나는 이 시스템 안에서 다시 증명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