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2019
공연장에서 다시 마주한 아픔
창 작 음 악 극 “쪽빛의 노래” Showcase.
1월 26일(토) 오후 4시 서울시청 다목적홀그날 바다의 아픔과 고통을 노래하는 순간
순수우리말 창작음악극“쪽빛의 노래”가 1년여 동안의 창작기간을 거쳐 2019년 5월 24~25일 여의도 KBS홀 초연을 앞두고, 2018년 1월 2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선보임공연(showcase)을 열었다. 현시대의 흐름 속에서 순수 우리말을 오롯이 담아 구사하는 시인 백기완의 시는 그냥 읽기에도 어렵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이 10편의 시를 썼다. "갯비나리"를 작곡가 신동일은 선율로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서 시대적 생명력을 더했다.
2017년 6월 우리 사회 원로들인 김정헌, 신학철, 이수호, 정성헌이“쪽빛의 노래” 제작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작위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고통은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그 죽음을 모독했던 비뚤어진 사회를 기억하는 것이며, 타락한 정치와 사회가 만들어 낸 수많은 죽음의 고통을 끌어 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고통을 되새기며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고통을 노래해야 한다’며 테너 임정현, 연극연출가 이동선, 지휘자 유세종이 합류했다. 이번 선보임공연에서는 순수창작 합창곡 8곡 중에서“날아라 장산곶매야”“바닷속 재판” 등 4곡과 “노오란 종이배” 등 시 3편을 선보였으며, 대금, 타악, 피리, 생황, 해금 등 우리 전통악기 연주가 함께하는 창작무대를 선보였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았던 새내기, 달동네, 동아리 등 백기완이 만들어낸 우리말은 이제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역사의 굴곡마다 순우리말을 씨줄과 날줄 삼아 아름답고 먹먹한 글을 토해낸 백기완의‘갯비나리’와 작곡가 신동일의‘아름다운 음악언어’를 통해 그 날 바다의 아픔과 고통을 삭혀내고‘잊지 않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다.
304명은 304개의 시대였다.
많은 관중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연장 분위기는 공연관람을 앞둔 들뜬 마음을 내비치기보다는 차분하였으며 동요됨이 없었다. 관객의 숨소리가 잦아들고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그날의 아픔과 마주하게 되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였을 때 생명력을 얻는다. 더불어 그 시대는 함께 할애하며 살아가는 시공간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기도 하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의 사망은 어쩌면 304개의 시대를 잃어 버린지도 모른다. 세월호 사건 이후 목포신항만을 방문하였다. 평일에 방문하여 멀리서 바라보는 바람의 휘날리는 노란리본을 보니 잘 찾아 온 게 맞구나 싶었다. 평일이라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평일을 선택해 가게된 것은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입구 컨테이너에서 유가족으로 보이는 분이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보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하며 이야기 하실 때 나는 더 이상 입을 열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멀리서 리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곳에 묶어두지 않고, 맘 편히 떠나 보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었다. 공연에 빠져들수록 아픔으로 물든 과거 회상이 짙어졌다. 이질감 없는 순수우리말가사와 선율의 만남은 공연을 보는 내내 집중을 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였다. 더 불어 전통적인 어법에 걸 맞는 피리, 해금, 대금, 국악타악기 등 국악기의 주선율은 백기완 시인의 글을 담아내기 충분하였다. 나 역시 극 속 흐르고 있는 음악들을 입으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잊고 있는가, 기억을 더듬지도 않는가.
작곡가 신동일은 백기완 시인의 글을 노래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왔었다고 한다. 하다못해 임을 위한 행진곡 역시 가사로 각색하여 쓴 것이며, 그대로 말을 옮겨내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곡가에게 “쪽빛의 노래”는 도전적 시도였으며, 장르와 장르가 만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어법으로 합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빛을 발한듯하다. 나는 복잡한 감정들이 다가왔다. 숙연함, 미안함,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무능하게 대처 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애통함 등 무겁고 짙은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잊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 우리는 서서히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이들도 자신만의 세상적 언어로서 함께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세월호에 대하여 기억을 더듬어 주는 매체도 점점 사라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쪽빛의 노래”는 머리에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은 곳에 새겨 지는 울림을 선사한다. 단순히 창작음악극이라기 보다, 백기완시인의 시를 기반으로 하여 드라마를 만들어, 오라토리오의 극이 더 강화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어쩌면 무겁고, 요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방향을 갖고 있는듯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말들을 잘 전달하면서 예술적으로 전개되는 형태로 만들어 공연을 완성해나가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은 나의 눈에도 잘 보였다.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면 충분히 공감되는 작품이라 나는 자부한다. 생각에 잠기어 깊은 숨을 참고 있을 때 쯤 공연은 피날레를 향해 달려갔으며, 피날레의 끝에 백기완 시인의 모습이 무대 위에 보였다. 백발의 시인은 있는 힘을 다하여 시를 낭독하였으며, 그의 열을 다한 목소리엔 굳건함과 쓰라린 떨림이 공존하고 있었다.
광화문의 수 놓여진 노란 리본이 “지겹다”하는 이들을 만나면 나는 말을 아끼지만, “비단 그들만의 일이 아닐 텐데, 더불어 자신의 가족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지겹다 이야기 할 수 있을까?”질문을 넌지시 던져보곤 한다. 그날의 바다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의 바다는 희망을 삼켰으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슬픔을 머금고 남아 있다.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모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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