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9/2020
예술집은 끝입니다.
이 공간에 뭐가 생길지, 누가 할지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술집을 운영한다는 것은
멋있는, 남들을 돈주고 부리는 사장 혹은 대표의 명함을
내미는 사람만이 아니라
술상을 차리고 치우는 것의 반복이며
똑같은 술을 더 맛있게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러기 위해
조명의 위치, 색, 와트, 높낮이
테이블의 간격, 모양, 갯수
음악의 장르, 비트 , 날씨 ,시간, 연령층
위치적 특성, 상권 분석, 시대의 흐름
나의 체력, 직원들 관리
그리고 예산에서 가능한지의 여부
심지어 화장실 청소, 컵 설거지
수입되는 술의 실시간 유통정보
메뉴판의 가독성, 나열하는 순서
요즘 립스틱은 잘 안지워지니 혹시 잘 안닦였을지 확인하고
사람들은 본인 물건이 아니어서인지 취해서인지
물건들은 뭔가 늘 고장 나는데 전화를 해도 바로 고쳐주지를 않고
혼자 고치려다 크게 다치고
위험하니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할 수 없고
계단은 1년에 한번씩 샌딩을 하고 미끄럼방지를 해야 그나마
사람들이 덜 넘어지고
거미는 익충이라 방역업체에서도 없애주질 않으니
거미줄을 제거해야 하는데 뒤돌면 다시 거미줄이 생겨있고
아이라라는 멋진 작가친구를 만나서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전시를 한 것 뿐인데
제가 작가 제안을 받고 개인전을 해보면
예술집 전시가 더 유명해질까
혹은 제가 작가들의 마음을 더 알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너무 복잡한 오해들을 받고...
적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일일히 설명할 시간도 없는데
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은데 능력과 몸이 따라주지 않아
8년간 잘하고 싶단 욕심에 몸과 마음이 너무 고장이 나서
유지하지 못한다고 용기를 내어 판단했습니다.
모두의 즐거운 모습을 위해 저는 일과 관련되지 않은
휴가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가져본게 몇년이 되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하고싶은게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별이랑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 한지도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예쁘다고 하기 전에는 몇번이나 버려진 나의 전부인 별이!
저는 별이를 별이별로 가기전까지 무조건 지킬 것이고
그러기위해 예술집을 떠납니다.
물론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당연히 마무리하고
절 믿고 같이 가주는 고마운 분들께 마음을 전하고
보답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별나 보이고 싶은 사람도
잘난척 하고 싶은 사람도
돈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도, 돈을 버는 행운도,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는 재주도 없기에
밥먹을 시간,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보낼 시간,
내 꿈이나 행복을 위한 시간들을 미루고
병원과 일만 하며 모든걸 유지하며 지키면서 살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청춘과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정신과 몸, 그리고 앞으로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들 뿐입니다.
제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는 말 안듣는 고집쎈 저를 너무 잘 알고 있겠죠?
그냥 늘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버려진 물건, 아스팔트 틈새에서 자라난 이름 모를 잡초, 밤하늘의 별 몇개를 보며 그런 것들을 찾는 내 스스로에게 칭찬하면서 살던 제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예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