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2026
#최명숙
종이에 펜, (각각의 크기 상이) 2026
비단족자에 펜, 각 65×39, 2026
시리즈, 종이에 펜, 각 21×29.7, 2012
최명숙의 작업은 소리 없이 축적되는 시간과 기록의 리듬을 드러낸다. 그의 펜글씨와 드로잉은 문장으로 읽히기 이전에 하나의 압력과 시간의 밀도로 작동한다. 반복되는 선들은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손의 움직임과 호흡이 지나간 흔적으로 존재한다. 이때 글씨는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머물게 하는 방식에 가까워진다. [...] 서로 다른 시대의 신체가 하나의 문장을 통과하는 과정이며, 필사가 복제가 아니라 시간의 재-수행(re-enactment)이 되는 장면이다. 송덕봉의 시 → 외할아버지의 서예 → 작가의 펜글씨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문장은 시대를 건너 다시 발생한다. 특히 송덕봉이 남편과 시문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음(知音)’이라 불렀던 관계는, 기록이 단순한 개인의 발화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이어지는 언어였음을 보여준다. 한편 시리즈는 특정 지역의 우편번호를 제목으로 삼아, 작가가 지나온 어린 시절의 풍경과 감각을 펜 드로잉으로 호출한다. 약 70여 점에 이르는 이 연작은 거대한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장면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감각들을 한 장씩 꺼내 놓는다. 드로잉은 여기서 기억을 재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라진 시간을 현재의 신체를 통해 다시 더듬는 기록 방식이 된다. 비단 족자 작업〈지락음〉은 또 다른 층위를 더한다. ‘지극한 즐거움을 노래하다’는 의미를 담은 이 작업은 시와 서, 그리고 반복되는 펜의 움직임이 하나의 리듬 안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황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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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는 텍스트이기 이전에 선이고 형태이며 밀도다. 나는 언어를 읽히는 것인 동시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글을 단순히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만들고 드로잉으로 구현하기 위해, 먼저 연필로 줄을 긋고 스케치를 해두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타 없이, 곧은 글씨로, 한 획 한 획 정자로 눌러쓰는 과정을 반복한다. 언어가 이미지의 밀도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그러나 나는 늘 반듯하고 정제된 형태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기도 하고, 시를 재해석하여 원문의 맥락을 비틀거나 확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정자체를 벗어나 손의 떨림과 리듬을 그대로 담은 글씨로 쓰기도 한다.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축적이고, 흐트러진 글씨는 실수가 아니라 몸의 솔직한 기록이다.
[...]
글씨는 그 사람의 신체 상태, 감정, 그날의 컨디션을 고스란히 담는 신체의 흔적이다. 기록이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글씨는 그 내용을 쓴 몸의 상태까지 함께 전달한다. 작업의 재료는 거창하지 않다. 손에 익은 펜 한 자루, A4 용지, 그리고 기억. 나는 작고 구체적인 것들을 손끝으로 천천히 다시 쓰고 그리면서,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시대의 기록이 되는지를 질문한다. (최명숙)
최명숙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안에 쌓인 기억을 펜글씨와 드로잉, 영상 등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개인의 사소한 경험이 어떻게 시대의 흔적과 맞닿는가를 탐구하며, 잊혀지거나 사라질 뻔한 것들을 손끝의 행위를 통해 현재의 자리로 불러낸다. 특히 언어를 이미지로 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하며, 글씨를 읽히는 것인 동시에 보이는 형태로 다루고자 한다. 어려서는 서예를 익히고 취업을 위해 펜글씨 1급 자격을 취득, 이후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아트스페이스 풀, 스페이스99, 인천아트플랫폼 등에서 다수의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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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칸의 방》
: 여성적 글쓰기는 어떻게 공간이 되는가?
기간| 2026년 6월 3일(수) – 6월 14일(일)
시간| 13:00–19:00 (월·화 휴관)
장소| 스페이스 깨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5, 1층)
참여작가| 박슬기 · 박지은 · 최명숙
기획| 황수경 (공간:일리)
협력| 스페이스 깨
도움 및 전경| 김해찬
*본 전시는 체부동 스페이스 깨에서 열리는 전시입니다.
박지은
슬리키슬리키 최명숙
황수경(수경-재배 water-culture) 김해찬 (199x - )
스페이스깨 세검정 공간:일리 space illi 공식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