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2024
서교동 공작에서 오늘부터 박세정 작가님 개인전이 진행됩니다:) 자세한 전시풍경은 ._
에서 확인해주세요:)
2024.11.15 - 11.23 1:00-7:00PM
서울 마포구 동교로 19길56
공작 010 2068 7025
월요일 휴관
작가 노트
어떠한 장면들을 좋아한다.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나무들로 가득한, 여행지의 한 정원에서 마주한 햇빛의 반짝임. 친동생이 자신의 아이를 안아 재우는 늦은 밤.
마당 평상에 누워 햇볕을 즐기는 친구와 고양이들.
평범하고 흔한 일상처럼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특별한 장면들이다.
나는 왜 그런 장면에 자주 마음을 빼앗길까.
나는 자주 지쳐버린다.
잘 모르는 사람들 가운데서, 소음에서, 날씨에서, 지인들과 주고받는 감정들 사이에서 금세 피 로해지거나, 생채기가 나기도 한다. 그런 쓸쓸한 순간,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는 이름다운 장 면들은 나를 어루만져 준다.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그런 장면을 많이 모아두면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순간을 많이 가진 부자가 되고 싶다.
바닷가를 거닐다 발견한 예쁜 돌멩이를 손에 쥐어 보듯, 나는 나와 어울리는 방식으로 그 장 면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긴다. 보통 여러 장을 반복해서 찍어낼 수 있는 판화와 달리 모노 타입 기법의 판화는 오로지 한 장만 찍어낼 수 있다. 수성이냐 유성이냐에 따라 과정은 조금 달라지지만, 원리는 같다.
이번 작업은 대부분 유성을 사용했다. 유화물감과 동판 잉크, 희석할 수 있는 오일을 섞어 판 에 이미지를 그린다. 넓적한 붓으로 바탕칠을 하고 큰 붓을 이용해 외곽을 잡아준 뒤 작은 붓 으로 부분들을 세밀하게 그린다. 그리는 과정이 끝나기 전 판화지를 물에 30분 정도 불려둔 다. 불린 종이는 갱지를 덮어 물기를 빼서 준비한다. 프레스기의 압을 조절하고 갱지 위에 판 과 종이를 차례대로 올린다. 그 위에 다시 갱지와 펠트천을 덮어주고 프레스기를 힘주어 돌린 다. 프레스기의 판이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다 이동해 빠져나오면 펠트천과 갱지를 들고 판화 지를 꺼낸다. 찍어낸 종이는 잘 마를 수 있게 둔다.
판화는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에 따른 변수가 많다. 그동안 판화 작업을 해오 면서 겪었던 실패들은 시작도 전부터 나를 겁먹게 한다. 모노타이프는 다른 판화기법에 비해 그 과정이 덜 복잡하기에 부담도 덜 해서 선택했지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았다. 종이의 불림 정도, 잉크와 희석액의 농도, 프레스기의 압력에 따라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에 우연이 끼어든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한 장면을 구현하려 했지만 완성 된 그림을 보면 때론 내가 그린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이미지는 평범 하지만 특별하다. 그래서 나는 모노타이프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