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2026
신드룸
망가지고 손상되고 상처 나고 부서진 모든 것에 자꾸만 끌리는 것, 이것이 나의 증상이다. 시시한 것들, 뭔가를 만들다가 발생한 실수,막다른 골목,좀 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더 이상 뻗어 나가지 못한 것들,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즉 애초의 설계에서 너무 많이 확장된 것들 말이다. 표준을 벗어난 것,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것,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 끔찍하고 역겨운 것, 좌우대칭이 어긋난 모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방으로 번식하고, 싹을 틔우는 것, 혹은 그 반대로 수많은 개체가 하나로 줄어든 경우도 그렇다 반면에 통계 수치에 따라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 예를 들어 모두가 흡족한 표정으로 화목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축하하는 풍경은 내게 아무런흥미도 일으키지 못한다. 내 감수성은 기형학이나 괴짜를 향하고 있다. 나는 이런 기형의 상태 속에서 존재가 참모습을 드러내고 본성을 나타낸다는 고통스럽고도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갑자스럽고 우연한 출현. 당황해서 튀어나오는 “아이쿠”소리, 완벽하게 주름 잡힌 스커트 아래로 빠져나온 속치마 솔기. 벨벳 의자 덮개 밑에서 돌연 모습을 드러낸 흉축한 금속 받침대. 부드러움에 대한 환상을 뻔뻔하게 깨뜨린, 푹신한 안락의자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스프링 하나. ( 방랑자들 )
#방랑자들 #연약한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