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018
그는 새벽을 좋아했다. 사람이 가장 나약해지는 시간. 그래서 모두가 감성에 치우치게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무슨 말을 해도 주변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개중 그녀도 있었다. 피곤이 온몸을 덮쳐 간신히 새벽의 끝을 잡고 있던 날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혼자 멀뚱히 서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빛 목선, 별처럼 빛나는 머릿결, 짙은 눈. 그는 그녀가 달에 집착하는 이유 대신 보이는 풍경과 이상하리만치 동요되는 그녀의 모습에 새벽을 가졌다.
벅찬 마음에 그는 늘 새벽을 기다렸다. 가끔은 일찍 잠이 든 그녀를 깨워가며 그녀와 대화를 하기 원했다. 그녀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그녀와 같이 새벽을 둥둥 떠 다닐 때마다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그녀라면 이런 날 이해해줄 거야]
낮에 일하다 문득 자신감이 그에게 속삭였다. 그는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생각하기를 잠시 멈추고 새벽을 침착히 기다렸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해]
[커피 마시고 있어]
그는 단침을 삼키고 말했다.
[오늘은 너랑 함께여서 더 좋은 밤이 될 것 같아.]
[그래?]
[낮에 일하다 문득 너와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상상을 했었어]
그는 거의 확신의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짧게나마 침묵을 참아야 했다.
[무슨 의미야]
[너랑 사귀고 싶어]
또 한 번의 침묵. 먼저 입을 뗀 건 그녀였다.
[네가 싫지는 않아. 그 마음 나도 든 적이 있었거든. 하지만 너와 내가 같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건 이 새벽뿐이야.]
[돌려 말하지 마. 지금 머리가 뜨거워서 전처럼 이해가 빠르지 못해]
[너와 공감이 가는 시간은 새벽만으로도 족해 넌 한상 슬픔을 나에게 논했어. 그게 좋았어. 새벽이니깐. 그런데 그걸 매 순간 옆에 두고 싶지 않아. 나도 짙은 슬픔에 빠져버릴 것만 같거든]
[그건 고칠 수 있어]
그는 다급했다.
[아니야. 난 너를 감당할 수 없어 미안해]
전화를 끊고 그는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그녀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같이 모든 걸 해줄 수 있다 착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그를 공감할 수 있는 데엔 새벽이라는 시간대 덕분이었다. 그는 붉게 달아 오른 얼굴을 떨리는 손으로 가렸다. 새벽은 그를 슬프게 만들었다. 또한 모두 그 점을 공감했다.